매일경제 CEO 인터뷰 <20년간 책 선물했더니..이젠 고객사들 " 다음 책 기다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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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479회 작성일 23-02-25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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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2022년 2월 11일 금요일, 기업이 예술 꽃피운다(9)
20년간 책 선물했더니 … 이젠 고객사들 다음 책 기다려요
문화접대 모범기업 더 성도, 20년전부터 음주접대 중단,직접 고른 전시 공연 선물
"뉴욕필 후원 시티그룹에 영감, 문화경영은 애사심 끌어내"
인쇄솔루션 기업 더 성도의 김상래 대표(64)는 지난 설 연휴에 고객사와 직원들에게 책을 선물했다. 김경한 작가가 쓴 "인문 여행자, 도시를 걷다" 는 김 대표가 직접 고른 책.
2년 넘게 여행을 떠나지 못해 답답했던 마음을 책을 통해 해방시킨 즐거움을 나누고 싶었다.
"우리 모두 힘들고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습니다. 이럴 때일수록 더욱 큰 용기가 필요합니다."
희망의 메시지를 담은 자필 편지를 동봉한 이 책은 회사의 오랜 전통인 문화 접대의 일환으로 준비된 선물이었다.
연말에는 나태주의 시집 "사랑만이 남는다"를 선물하기도 했다.
최근 서울 성수동 사옥에서 만난 김대표는 "2002년 창업주에 이어 회사를 이끌게 됬는데, 이후 20년간 독서경영을 해왔다. 옛날에는 한 달에 한번 독후감을 홈페이지에 올리는 숙제도 있었다. 전 직원의 글을 다 읽고 상도 줬다"고 말했다.
분기마다 1권씩 책을 나눈지 10여년이 넘어가면서 독서가 일상화됬다. 직원들은 대표와 타운홀 미팅을 하면 최근에 읽은 책 이야기를 거침없이 나눈다. 김 대표는 대리, 과장급인 MZ세대에게만 특별히 고른 책을 선물해 주기도 한다. 책이야말로 저와 고객들, 직원들이 소통하는 매개체라고 말했다.
회사 복도에는 작은 갤러리가 있다. 오리작가로 유명한 이강소의 대형 작품이 입구부터 눈을 사로잡았고, 최만린의 조각과 마이클 케냐의 솔섬 사진도 걸려 있었다.
더 성도의 문화경영은 역사가 깊다. 입사 전까지 김 대표는 미국 씨티은행과 다우케미컬에서 근무했다. 1980년대 중반 한국에서 온 촌놈은 여름 뉴욕 시민들을 대상으로 뉴욕필하모닉오케스트라가 센트럴파크에서 연 야외 공연을 보고 넋이 나갔다. 김대표는 반바지를 입고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공연을 보는데도 뉴요커라는자부심을 느끼더라.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었다면서 공식후원기업이 내가 다니던 씨티은행인 것에 큰 감명을 받았다고 회상했다.
문화예술이야말로 가장 윤리적이고 감동적으로 소통하는 도구라는 걸 알게 되자, 그는 귀국 후 곧장 현실에 적용했다. 당시 인쇄업계는 밤새 술 먹는 게 관행이었다. 김 대표는 음주문화를 과감히 없애고, 모든 접대를 문화접대로 바꿨다. 2006년에는 뮤지컬 미스 사이공의 한국 초연 당시 티켓을 대량으로 구입해 고객사를 초청한 적이 있다. 안타깝게도 노쇼 가 30%였다. 20여년을 꾸준히 초대하고, 교류하면서 지금은 초대하면 100%가 참석한다.
2007년부터는 한국메세나협회를 통해 헤이리심포니오케스트라와 중소기업 예술지원 매칭펀드 협약을 맺고 10년간 후원했다. 연간 두 차례 정기연주회에는 회사 온 식구가 참석했다. 김 대표는 첫 공연 때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이 전 세계에서 리 단위의 오케스트라 후원은 아마 유일할 것이라 덕담을 해주셨는데 뜻깊은 추억이 됬다고 말했다. 2008년부터는 파주 문화마을 헤이리에 복합 예술관 공간 퍼플 을 세워 전시를 개최하기도 했다.
김 대표는 명절에도 다른 선물 없이 책이나 음반을 선물하는 게 문화산업에 종사하는 회사 정체성에 적합하고 효과적이라 생각했다. 20년간 책 선물했더니 다음 책을 기다릴 정도다. 해외 8개국에 고객사가 있는데 방한 때마다 난타 공연이나 덕수궁 미술관 전시를 함께 가고 조수미, 장사익 등의 음반을 선물했다. 지금도 많은 고객이 한국에 대한 좋은 기억을 간직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화경영은 사내 문화에도 긍정적 효과를 준다. 더 성도는 신입사원이 입사하면 가장 먼저 예술의전당 11시 콘서트에 초대한다. 연 2회 가량 함께 공연도 보고 문화 송년회도 매년 이어가고 있다. 김대표는 " 온 가족을 초청해 덕수궁 미술관 전시를 함께 봤는데 그 직원 자녀가 아직도 잊지 못할 기억이라고 하더라, 직원들도 회사에 대한 자부심이 크다. 문화 경영은 애사심을 이끌어내는 귀중한 도구"라고 말했다.
<김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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